솔직히 말하면, 나도 오랫동안 이 질문을 확신하지 못했다. 주간 50km를 꾸준히 채우고 있었고, 기록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한 거 아닌가. 굳이 70km까지 올려야 하나. 더 달리면 부상만 늘지 않을까.
그 의심이 풀린 건 숫자가 보여줬을 때였다.
50km 시절의 나
주간 50km는 나름의 구조가 있었다. 10km짜리 런 4회에 LSD 10km를 더하면 딱 맞았다. 매주 빠짐없이 채웠고, Z2도 지켰고, 토요일 힐 인터벌도 했다. 훈련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하프마라톤 기록이 어느 순간부터 정체됐다. 페이스는 비슷하고, 심박도 비슷하고, 컨디션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 기록판은 움직이지 않았다. 훈련을 열심히 하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그 구간. 러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원기다.
그때 한 가지를 바꿨다. 볼륨이었다.
50km에서 70km로 — 무엇을 바꿨는가
방법은 단순했다. 기존 4회 런에서 1회를 추가하고, 각 런의 거리를 조금씩 늘렸다.• 기존: 10km × 4회 + LSD 10km = 50km • 변경: 12km × 4회 + LSD 18~20km = 66~68km
추가된 거리는 전부 Z2였다. 빠르게 달린 게 아니다. 심박 130~145bpm을 유지하면서 그냥 더 오래 달렸다. 힐 인터벌은 그대로, 인터벌 훈련도 그대로. 바뀐 건 Z2 볼륨 하나였다.
처음 2주는 피로가 쌓이는 게 느껴졌다. 다리가 무거웠고, 회복이 느렸다. 하지만 4주차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먼저 신호가 왔다
기록보다 먼저 느낌이 바뀌었다.
같은 Z2 페이스인데 심박이 낮아졌다. 5:20/km로 달리면 예전엔 135~138bpm이었는데, 135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같은 페이스에서 심장이 덜 일한다는 뜻이다. 유산소 효율이 올라간 것이다.
LSD 후반부에서도 차이가 났다. 18km 지점에서 다리가 버텨줬다. 예전 50km 체제에서 LSD를 17~18km 달리면 마지막 2~3km는 버티는 달리기였다. 70km 체제로 바뀐 후엔 그 구간에서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올라왔다. 억지로 올린 게 아니라, 다리가 먼저 반응했다.
기록으로 나타나기까지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건 4주차, 기록으로 확인한 건 6~8주차였다.
하프마라톤 훈련 중 페이스런 결과가 먼저 바뀌었다. 4:50/km로 10km를 달릴 때 심박이 150bpm 초반대로 유지됐다. 예전엔 155~157bpm까지 올라갔던 페이스다. 같은 페이스에서 심박이 5bpm 낮아졌다는 건, 그 페이스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레이스에서 이 여유는 결정적이다. 심박 여유 5bpm은 후반 언덕에서 쓸 수 있는 예비 에너지다. 30km 지점에서, 혹은 하프 15km 지점에서 무너지지 않는 힘의 출처가 거기에 있었다.
왜 볼륨이 기록을 바꾸는가 — 생리학적으로
경험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왜 그런지를 알아야 다음 사이클에도 적용할 수 있다.
Z2 볼륨이 늘어나면 두 가지가 일어난다.
첫째,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아진다. 미토콘드리아는 근육 세포 안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이다. 공장이 많을수록 같은 심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것이 “유산소 효율”이다. Z2 훈련은 이 공장 수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자극이다.
둘째, 젖산 역치가 올라간다. 볼륨이 쌓이면 LT 페이스가 빨라진다. 예전엔 4:43/km에서 젖산이 쌓이기 시작했다면, 충분한 볼륨 이후엔 4:35/km까지도 버틸 수 있게 된다. 같은 하프마라톤 코스를 더 빠른 페이스로, 더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간 70km는 단순히 “더 많이 달리는 것”이 아니다. LT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주의할 점 — 볼륨은 서서히
50km에서 70km로 바로 올리면 부상 위험이 높다. 10% 룰이 기준이다. 주간 볼륨을 전주 대비 10% 이상 올리지 않는 것. 50km에서 시작하면 55km → 60km → 65km → 70km, 최소 4주에 걸쳐 올려야 한다.
그리고 3주 올리면 1주는 볼륨을 줄이는 회복 주가 필요하다. 나는 3주 빌드업 후 1주 디로드(볼륨 40~50% 감소) 사이클로 운영한다. 이 사이클이 없으면 누적 피로가 부상으로 이어진다.
가민 Body Battery와 HRV를 매일 체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볼륨을 올리는 주간에는 회복 지표가 더 중요해진다. 숫자가 낮으면 계획된 런을 쉬거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다.
결론 — 차이는 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주간 70km가 50km보다 기록을 더 올려주는가. 내 경험에서 답은 그렇다이다. 단, 조건이 있다.
추가되는 볼륨이 전부 Z2여야 한다. 빠른 달리기를 더 늘리는 게 아니다. 느리게, 오래, 많이. 그리고 회복을 지키면서.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70km는 그냥 부상으로 가는 길이다.
볼륨은 마법이 아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쌓인 볼륨은, 훈련 방식을 바꾸지 않아도 기록을 바꾼다. 그게 내가 50km에서 70km로 넘어가면서 배운 것이다.
태그:
Yoast 포커스 키프레이즈: 주간 달리기 볼륨
메타 디스크립션: 주간 50km에서 70km로 볼륨을 올렸을 때 실제로 기록이 바뀌었는가. 경험과 생리학 데이터로 그 차이를 분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