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km 장거리런에서 발견한 변화, 서브3를 향한 작은 가능성,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가, 문득 게이지를 봤을 때

33km, 그리고 사라진 3km
어제 나는 33~34km를 달렸다. 정확한 숫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중 3km는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는 걸 깜빡했다. 그렇게 3km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사라진 구간을 더 또렷하게 기억한다. 워치도 없이, 숫자도 없이, 그냥 달리고 있던 그 3km. 그 구간에서 나는 4:35~4:45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30km를 넘게 달린 다리로 말이다.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순간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 사라진 3km 덕분에 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마라톤 준비”란
나는 마라톤을 준비한다는 것을 이렇게 정의한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가, 문득 손목의 게이지를 내려다봤을 때 페이스와 심박수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
의도적으로 애쓰지 않았는데도 몸이 어떤 숫자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게 진짜 실력이라고 믿는다. 애를 써서 짜낸 숫자가 아니라, 무심코 확인했을 때 나오는 숫자.
5월에 첫 풀코스를 뛰었다. 7월엔 하프를 뛰었다. 그리고 이제 처음으로 30km가 넘는 장거리를 달려봤다. 하나씩 쌓아온 결과물이다.
변화는 느껴졌다, 그러나 확신은 아니었다
어제 달리면서 확실히 변화가 느껴졌다. 하지만 착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게 2027년 서브3의 확신은 아니다.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다.
그저 “아, 변하는구나”라는 발견이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 그거면 충분하다. 확신은 나중에 데이터가 쌓이면 저절로 따라올 것이고, 지금 필요한 건 확신이 아니라 이 가능성을 붙잡고 계속 나아가는 힘이다.
8월과 9월 사이에 또 얼마나 달라질지,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게 기대된다. 지금은 결과를 예측하기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로 달린다.
여전히 가장 큰 숙제는 회복이다
훈련은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이건 작은 일이 아니다. 처음엔 그냥 남들이 하는 훈련을 따라 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내 몸 상태를 보고 오늘 필요한 걸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회복이다. 마일리지를 올리는 것도, 페이스를 당기는 것도 결국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AI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 판단하기 애매한 순간마다 데이터를 놓고 물어본다. 부끄러울 것 없다. 활용할 수 있는 건 다 활용하는 게 맞다.
오늘도 달린다, 그리고 다음 목표
오늘은 10~15km 이지런을 할 예정이다. 화려한 훈련이 아니다. 그냥 꾸준히 쌓는 하루다.
지금 신경 쓰고 있는 건 마일리지를 올리는 것. 일단 주간 100km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목표를 세웠으면 일단 부딪혀봐야 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겪어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잘 버텨낸다면, 월 600km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숫자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그 숫자를 쫓아가면서 내 몸이 무엇을 견디고, 무엇에서 무너지는지를 알아가는 것. 그게 진짜 목표다.
기록되지 않은 3km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변화들이 있다. 나는 그 변화를 계속 확인하며 달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