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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같은 42km 2026 BMO 마라톤의 추억

10K Fit 2026년 05월 04일 1 분 읽기
소풍 같은 2026 BMO 마라톤

소풍 같은 2026 BMO 마라톤

소풍 같았던 42km — 2026 BMO 밴쿠버 마라톤 회고
출발선에 서기 전, 나는 꽤 많은 것을 걱정했다.
날씨. 언덕. 체력. 42.195km라는 숫자.
그런데 막상 달리고 나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너무 즐거운 소풍이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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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에서 3km, 헐떡이는 옆 사람
  • 업힐, 그리고 페이스메이커의 도움
  •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
  • 그늘과 모자
  •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
  • 37km, 멈추고 싶었던 순간
  • 피니시 라인
  • 서브4. 해냈다!
  • 이제 마라톤 2장으로 넘어가야할 시점

스타트에서 3km, 헐떡이는 옆 사람

레이스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옆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3km도 채 안 됐는데 이미 한계처럼 들리는 호흡. 순간 놀랐다. 이 상태로 어떻게 피니쉬를 갈 수 있을까? 최근 연습한 대로 천천히 달려서 웜업을 하면 숨이 차지 않게 달릴 수 있었어요. 그대로 아무런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었어요. 이 모든게 너무 신기했어요.

내 기억속의 UBC 10km, FortLangley Half 마라톤 모두 출발에서 엄청난 오버페이스를 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너무 편안한 출발을 하고 있었어요.

업힐, 그리고 페이스메이커의 도움

코스 초반의 업힐 구간은 1.2km. 미리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치기 전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어요. 그런데 당일 도착해서 페이스 메이커를 보고 마음에 안정감이 팍팍 몰려오더라구요. 400. 그 앞엔 355 그래서 첨엔 400 따라 가다가 355를 앞질러서 갔어요. 물론 언덕을 넘기전까진 주욱 따라가면서 점점 마음에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페이스 메이커의 언덕을 달리는 속도는 6:00 너무너무 편하게 갈 수 있었어요.그리고 포트랭리 업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업힐이었어요.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받은 스트레스… 너무 편하게 언덕을 올랐어요. 정상을 올라기니 바로 다운힐이 달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너무 빠르게 달리지 않기 위해 너무 조심해야 했어요.

반환점을 돌아 내려와서 새로운 코스를 달리는데 잠깐 과거를 만났어요.
이전에 10km 달릴 때 이 코스에서 힘겨웠던 기억. 그런데 지금의 나는 너무 편하게 달리고 있었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나 자신이 대견했다.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

가슴에 붙여진 이름 세 글자.
응원하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불렀어요. 낯선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소리쳤어요. 그 에너지가 다리로 내려왔고,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올라갔어요. 오히려 속도를 낮추느라 애를 먹었어요. 응원을 흘려보내는 것도 레이스의 일부였어요. 실제 내 기록을 보면 1km 구간을 5:00 언더로 달린 기록이 있어요.

굉장히 많은 구간에서 응원하고 소리쳐 주는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서 달린거 같아요. 마라톤은 결국 나의 연습과 그들의 응원의 합작품이더라구요.

그늘과 모자

주중에 확인했던 날씨는 당일 28-29도였었어요. 그 온도에서 밴쿠버의 뜨거운 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달리는걸 생각하면 너무 시달렸어요. 그래서 제발 온도야 내려가라 기도했어요. 그리고 당일은 25로 나오더라구요. 내가 마무리 하려고 했던 시간대 1시는 23도였어요. 그래서 야 이정도면 할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걱정과는 달리 달리는 러너들을 도운건 우거진 나무들이었어요. 그늘긴 그 길을 달리며, 자원 봉사자들의 물을 목으로 삼키고 등에 뿌리면 달렸어요.

자원 봉사자들의 물과 밴쿠버의 가로수들이 만들어 준 시원함이 훨씬 쉽게 달릴 수 있게 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 레이스 전날 간신히 도착한 언더아머 러닝 모자.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작은 것들이 제 자리에 있어줬다. 이 모자를 주문할 당시만 해도 토요일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주문 실수로 결재 문제가 있어서 다시 결제하느라 일요일 배송으로 미뤄진게 토요일 도착해서 감동이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

큰 언덕만 걱정하면 되는 줄 알았다. 틀렸다. 중간중간 숨어있는 작은 언덕들이 조용히 다리를 갉아먹었다. 스탠리 공원 해안길에 들어서면 페이스를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계획했었어요. 스탠리 공원 길에선 내 평소 페이스 5:20으로 달릴거라 생각했었는데, 역쉬 30km 이후에는 감당할 에너지가 없었어요. 변화가 없는 풍경은 오히려 집중을 흐렸다. 에너지가 떨어지니까 사람들이 불러주는 내 이름과 응원은 오히려 힘이 들었어요. 마라톤은 내가 세운 계획보다 언제나 더 복잡했다.

37km, 멈추고 싶었던 순간

37km. 처음으로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내가 달린 딱 거기까지 37km 에서 포기라는 단어가 거의 목까지 올라오고 있었어요. 그때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38km부터는 내 인생에서 처음 달려보는 거리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의 문이 지금 열리고 있다.

하지만 고관절에서 경련 신호가 오기 시작했고, 속도를 줄였다. 피니쉬 라인을 멋지게 들어가는 상상을 해보려 했는데, 솔직히 힘든 걸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멈추지 않고 느리게라도 앞으로 가는게 다였어요.

멈추지 않고…

피니시 라인

결승선이 보였다. 조금더 힘을 내 보고 싶었다. 방송에서 보던 사람들처럼 두 팔을 벌리고 멋지게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피니쉬 라인 위에 설치된 시계를 보는 순간 놀랐어요. 4:07:xx 헉 왜 서브4가 안되었지? 순간 당황했어요. 그래서 내가 지르고 싶은 환호는 사라지고 선을 넘자마자 시계를 멈춰었어요. 그 때 시계가 서브4를 보여줬어요. 아 그렇지 내가 시작한 시계와 공식 시간은 다르지… 마라톤 초보의 실수였어요.

다리는 아팠지만 걸을만 했고, 심장은 전혀 부담이 없었어요.
라인을 넘는 순간 워치는 3:53. 최종 공식 기록은 3:57:04.

서브4. 해냈다!

나를 기다리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할 준비가 다 되었었다고 했다. 피니쉬 라인을 넘은 내 행동이 너무 심플해서 다들 감동이 조용히 사그러들었다는 후문이, 다른 사람들처럼 쓰리지고 업드리고 헉헉 그려야 하는데, 내가 너무 멀쩡하게, 소풍 다녀온 사람처럼 나타나는 바람에 눈물이 말랐다고.
그게 오히려 더 웃겼다.

이제 마라톤 2장으로 넘어가야할 시점

2026 BMO 밴쿠버 마라톤은 그렇게 끝났다.
이제는 회복이 먼저다. 그리고 그 다음엔, 하프마라톤 PB. 오늘의 42km는 끝이 아니라 더 좋은 달리기를 위한 자산이 됐다. 이 경험을 안고, 다시 가슴을 열고 달린다.

기대가 무지하게 되기도 하고 정말 부상없이 지금처럼 주욱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요.
2026.5.3 길에서 나를 응원해 주던 그 누군가들과 함께 좋은 소풍을 제 인생 가방에 담고 미소로 마라톤 2장으로 넘어가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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