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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충분했지만, 다리 근력이 부족했다 — 2026 BMO 밴쿠버 마라톤 3:57 완주 후기

10K Fit 2026년 05월 03일 1 분 읽기
BMO 밴쿠버 마라톤 완주

BMO 밴쿠버 마라톤 완주

BMO 밴쿠버 마라톤 완주

30km 지점, 나는 처음으로 몸의 신호를 들었다

버라드 브리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30km. 숫자로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마라톤이라는 것도. 근데 막상 그 오르막 앞에 서자, 머릿속이 아니라 다리가 먼저 반응했다.

호흡은 괜찮았다. 심박도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다리였다. 허벅지 안쪽이 묵직하게 당기기 시작했고, 발바닥 왼쪽 볼 부분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근육 경련 직전의 그 느낌 —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알 거다. 멈추고 싶은 게 아니라, 멈춰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달렸다. 3시간 57분 8초. 서브4.

완주 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

심장은 충분했다. 다리 근력이 부족했다.


나의 훈련은 이랬다

이번 레이스를 위해 약 4개월간 훈련했다. LSD(장거리 천천히 달리기) 중심으로 거리를 쌓아올렸고, 30km 이상 롱런을 세 번 완료했다. 마지막 롱런은 37km — 이게 가장 결정적인 훈련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유산소 측면에서는 준비가 됐었다. Garmin 데이터도 그걸 말해줬다. VO2Max 54, 훈련 상태 “최상”. 레이스 당일 호흡이 전혀 밀리지 않았던 건 그 훈련의 결과였다.

근데 놓친 게 있었다.

언덕 훈련, 그리고 근력 훈련.


유산소와 근력은 다른 이야기다

많은 중급 러너들이 이 함정에 빠진다. 페이스가 올라가고, 거리가 늘어나고, 호흡이 편해지면 준비가 됐다고 느낀다. 실제로 절반은 맞다.

하지만 풀마라톤의 후반 — 특히 30km 이후 — 은 심폐가 아니라 근육이 버텨주는 싸움이다.

오르막에서 허벅지가 먼저 타들어가는 이유, 내리막에서 무릎이 흔들리는 이유, 후반에 발이 질질 끌리기 시작하는 이유 — 전부 근육 피로다. 심장이 아무리 여유 있어도, 근육이 무너지면 페이스는 같이 무너진다.

나는 오늘 그걸 몸으로 배웠다.


중급 러너가 풀마라톤 전에 반드시 해야 할 훈련 3가지

1. 언덕 반복 훈련 (Hill Repeats)

실제 레이스 코스에 오르막이 있다면, 훈련에서도 오르막을 달려야 한다. 트레드밀 경사도 설정도 좋고, 실제 언덕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것도 좋다.

추천 방법: 경사 6~8% 언덕을 200~400m 반복 8~10회. 주 1회, 레이스 8주 전부터.

언덕 훈련의 핵심은 심폐가 아니라 둔근, 햄스트링, 종아리의 근지구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근육들이 30km 이후 오르막에서 무너지지 않게 해준다.

2. 근력 훈련 — 특히 하체 단관절 운동

달리기만 해서는 근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는다. 풀마라톤을 위한 하체 근력 훈련은 별도로 필요하다.

핵심 동작:

  • 싱글 레그 스쿼트 (한 발 스쿼트): 좌우 불균형 교정 + 무릎 안정화
  • 싱글 레그 카프 레이즈 (한 발 종아리 들기): 발바닥 통증 예방
  •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햄스트링과 둔근 강화

주 2회, 달리기 훈련과 별도로. 레이스 2주 전부터는 강도를 줄인다.

3. 30km 이상 롱런 — 최소 2~3회

이건 내가 잘 한 부분이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LSD는 심폐 지구력뿐 아니라 발과 관절이 장거리 충격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단, 롱런 페이스는 목표 레이스 페이스보다 최소 45초~1분 느리게. 빠르게 달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오래 달리는 자극을 주는 게 목적이다.

마지막 롱런은 레이스 3~4주 전에 끝내야 회복이 된다.


장비 이야기 — 신발도 변수다

오늘 나는 나이키 줌플라이 6을 신었다. 카본 플레이트 없는 에너지 리턴 폼 계열. 레이스화로는 무난하지만, 앞발 쿠셔닝이 아쉬웠다.

30km 이후 왼발 중족골 부위 — 발가락 바로 아래 볼 부분 — 에 통증이 집중됐다. 콘크리트 노면 + 오르막 + 후반 피로가 겹치면서 발의 특정 부위에 압력이 쏠린 결과다.

풀마라톤 레이스화 선택 기준은 따로 글을 쓸 예정이지만, 한 가지만 말하자면 — 레이스 당일 처음 신는 신발은 절대 안 된다. 최소 100km 이상 달린 신발로 레이스에 나서야 한다.


3:57이 말해주는 것

솔직히 말하면, 오늘 결과에 아쉬움이 있다.

30km 이후 페이스 붕괴 없이 달렸다면 3:45도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호흡 여유가 있었으니까. 무너진 건 심장이 아니라 근육이었으니까.

근데 동시에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도 있다.

유산소 베이스는 충분하다. LSD 훈련은 잘 했다. 카본화 아닌 일반 레이스화로, 근력 훈련 없이, 언덕 훈련 부족한 상태에서 3:57이 나왔다.

다음 레이스에서 언덕 훈련과 하체 근력을 제대로 준비하면, 3:30대도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풀마라톤은 심폐로 시작하지만, 근력으로 완성된다.

이게 오늘 내가 42.195km를 달리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BMO 밴쿠버 마라톤 2026년 5월 3일 완주 기록

이 글을 쓴 저는 참고로 1967년생이고 달리기는 2024년 9월에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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