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마라톤이 내 달리기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 BMO 완주 후 첫 9km 기록 분석
오늘 아침 달리기를 마치고 Garmin 데이터를 확인하다가 잠깐 멈췄다.
9.02km, 평균 페이스 4:58/km. 마지막 랩은 4:40.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5분 페이스 이하로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페이스를 밀어붙여야 했고, 그렇게 해도 후반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억지로 낸 속도가 아니었다. 그냥 편했다.
풀마라톤 완주 후 페이스 향상 오늘 랩 데이터
| 랩 | 페이스 |
|---|---|
| 1km | 5:53 |
| 2km | 5:02 |
| 3km | 4:48 |
| 4km | 4:59 |
| 5km | 5:01 |
| 6km | 4:49 |
| 7km | 4:49 |
| 8km | 4:44 |
| 9km | 4:40 |
1km은 워밍업이었고, 2km부터 자연스럽게 5분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8km, 9km에서 오히려 더 빨라졌다. 심박은 평균 146bpm. 무리한 흔적이 없다.
네거티브 스플릿. 그것도 의도한 게 아니라 몸이 알아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풀마라톤이 내 몸을 바꿔놓은 것 같다
같다라고 쓴 이유는 자세잡고 달려본 첫날이기 때문이야. 이번 일주일을 지내면서 같다가 아니라 놓았다가 되기를 기댛봐요. BMO 밴쿠버 마라톤을 완주하고 회복 주간을 보내면서, 나는 그냥 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풀마라톤 훈련을 하는 동안 몸은 계속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그 자극들이 실제 체력으로 완전히 굳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테이퍼 기간, 레이스 당일, 그리고 완주 후 회복 기간 — 이 흐름 전체가 하나의 사이클이었다. 나는 그 사이클을 비로소 완성한 거였다.
28도 열기 속에서 서브4를 완주했던 그날, 내 심장과 다리 근육과 정신이 한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다시 세팅해 놓은 것 같다.
오늘 4:40으로 마지막 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이게 앞으로 내 기본 페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30~4:40. 무리하지 않아도, 그냥 꾸준히 즐기면서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자연스러운 속도가 되어 있을 것 같다.
훈련이 아니라 달리기를 즐기는 것
사실 나는 요즘 “훈련”이라는 말을 잘 안 쓰려고 한다.
훈련이라고 부르는 순간, 달리기가 의무처럼 느껴진다. 목표를 위해 소비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닫히기 시작한다.
나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달리는 게 좋다. 강변 옆 길을 달리면서 공기 마시는 게 좋고, 페이스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순간을 느끼는 게 좋다. 그게 전부다.
욕심내지 않고, 차분하게, 지금처럼.
그렇게 1년을 달리면 서브3도 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가 나를 쫓는 게 아니라, 내가 달리다 보면 목표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처럼.
오늘도 좋은 아침이었다.




